교육

선교 위해 교육개혁 발목 잡나 - 한겨레 왜냐면

한길 2007. 1. 4. 20:33
 

선교 위해 교육개혁 발목 잡나

류상태 /학교종교자유를 위한 시민연합 실행위원

목사들이 집단 삭발을 했다. 개정 사학법이 잘못되었으니 바로잡기 위해서란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목사들은 ‘개방형 이사제’가 내년부터 시행되면 사학은 자율성과 건학 이념을 모두 빼앗기게 되어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자.

개방형 이사제가 제시하는 요건은 이사 정족수의 4분의 1 이상을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나 대학평의회(이하 평의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사회가 7명으로 구성될 경우, 5명까지는 재단에서 마음대로 임명할 수 있지만, 2명은 학운위나 평의회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서 임명해야 한다. 그나마 학운위나 평의회는 ‘임명권’이 아니라 ‘추천권’을 가질 뿐이다. 이들이 2배수로 추천하는 4명 중에서 재단이 2명을 이사로 임명하는 것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개정 사학법 아래서도 여전히 재단 쪽 이사들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이다. 재단 쪽 이사가 5명, 학운위나 평의회 추천이사가 2명인데,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사로 참여한 2명이 모두 학교 일에 사사건건 반대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래도 이들이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표결로 정할 경우 5 대 2로, 즉 3분의 2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재단 쪽의 의지대로 채택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립학교라지만 학교는 사설학원과는 다른 공교육기관이다. 이사의 절반을 재단이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충분히 존중되고도 남는다.

그렇다면, 재단 쪽과 대립하는 소수의 이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정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는 못하지만 어떤 일을 하는지 감시할 수는 있다. 재정 비리 같은 부끄러운 짓은 더 이상 저지르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사학법을 악법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은,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들만큼 비상 상태에 빠질 경우 이사회를 정지시키고 관선 이사를 파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문제삼는다. 4분의 1에 해당하는 반대파가 말썽을 일으켜 이사회를 파탄 상태에 빠뜨리면 결국 관선 이사가 파송되고 사학의 권리를 몰수해 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식의 논리는 ‘자동차가 사람을 해칠 수 있으니 만들지 말자’는 논리와 다름없다. 학운위나 평의회는 학교 운영의 민주화, 투명화를 위해 설립된 합법 단체다. 구성원도 교사나 교수, 학생, 동문, 지역 인사 등 학교 운영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을 사학의 자율성을 해치는 불순세력으로 보는 시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

사학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면, 오히려 정족수의 4분의 3에 가까운 이사를 재단이 마음대로 선임할 수 있게 되어 있는 허약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사립학교 재단이 자기 마음대로 이사 전체를 임명해왔기에 4분의 1을 개방하라는 것도 안될 일이라고 버티고 있지만, 제대로 개혁하려면 적어도 재단이 임명할 수 있는 이사를 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절반은 객관적이고 공익적인 성격의 이사들이 참여하게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이사정족수의 반은 재단이 사립학교의 설립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하고, 4분의 1은 학교의 구성원들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학운위나 평의회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며, 나머지 4분의 1은 객관적 자세에서 교육이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공교육기관에서 참여하도록 해야 비로소 사학법을 제대로 개혁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사립학교라지만 학교는 사설학원과는 다른 공교육기관이다. 이사의 절반을 재단이 차지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충분히 존중되고도 남는다.

삭발 목사들이 개정사학법 아래서는 종교교육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이들이 말하는 종교교육이 ‘강제 종교교육’을 의미하며, 학교의 설립이념 또한 교육보다는 ‘선교’에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2005년 교사 시무식에서 “우리 학교에서 교육은 두번째고, 선교가 첫째”라고 말한 대광고 이사장 이철신 목사의 발언에서 잘 나타난다. 현재 예장통합 교단에 소속된 학교들은 대부분 종교교육을 강제로 실시한다. 학생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전체 학생을 예배에 참석시키고, 학생들이 선택하게 되어 있는 ‘종교과 수업’도 강제 실시한다.

학교를 ‘선교를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은 교육은 물론, 선교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의 안녕과 화합, 나아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사상과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   기사등록 : 2006-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