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둘러싼 ‘사다리타기’ | |
아침햇발 | |
![]() |
|
놀라운 점은 참가자가 예외없이 각기 다른 점에 이른다는 것이다. 수학적 계산도 없이 그은 줄인데도 쏠림이 없다. 그래서 사다리 타기는 1등부터 꼴찌를 정하는 데 실패하지 않는다. 고스톱에도 있는 ‘나가리’(무효게임)란 게 없다. 이 놀이의 간단한 규칙, 그러나 오묘한 결론은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 출출한 이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교원 평가 논의를 보면서 사다리 타기가 떠오른 것은 그 공통점과 차이 때문이다. 간단한 규칙과 정해진 결과는 같다. 그러나 공정성과 결과의 생산성, 만족도는 천양지차다. 교원평가 논의가 소모적이고 재미없어진 이유는 다음과 같은 잘못된 전제 위에서 진행됐기 때문일 것이다. 첫째, 학교엔 교사 평가 시스템이 없다. 둘째, 전교조는 평가를 거부한다. 셋째, 교총은 평가를 수용한다. 넷째, 교육부의 안은 합리적이다. 시작부터 이럴진대 독박을 쓸 자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 자, 빈둥대며 광 값이나 챙길 자가 정해져 있는 것이다. 학교에는 근무평정제라는 교원 평가제도가 있다. 교장과 교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며 승진이나 보직 등 인사에 반영된다. 승진의 혜택이 막대한 만큼 교원을 줄 세우고, 학교를 지시-순응 체제로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그런데 근평엔 정작 중요한 교사의 교육력을 따지는 항목이 없다. 학교 관리능력만 평가한다. 줄세우기만 할 뿐, 교사의 교육력 높이기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근평을 대체할 새로운 평가제도의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다. 이런 요구를 제기한 쪽이 전교조다. 전교조는 교원평가를 거부한 게 아니라, 근평을 유지한 채 또다른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했다. 반면 학교 관리자들이 주로 가입해 있는 교총은 근평의 유지를 요구했다. 별도의 교원평가제 도입엔 반대했다. 교총은 지난 8일 각급 학교 교총 분회와 교장·교감에게 시범학교 신청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교육부는 교원에 대한 학부모의 불신에 기대어 근평, 교육력 평가라는 이중의 통제장치를 확보하려 했다. 결코 합리적인 안은 아니었으니, 굿도 보고 떡도 먹자는 쪽이다. 왜곡된 논의를 주도한 것은 보수 언론이었다. 잘못된 전제를 기정사실화하고, 그 위에서 내린 엉터리 결론을 무한정 살포했다. 별도의 교원평가 자체에 반대하는 교총을 한번도 비판하지 않은 것은 이들의 편향성을 잘 드러낸다. 그저 전교조만 매도했다. 이들이 전교조를 증오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순응하는 인간이 아니라 비판하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려는 태도 때문이다. 그 결과 당연시되던 이들의 기득권에 의문을 제기하고, 이들이 대변하는 이념과 정치세력을 거부하는 세대가 등장했다. 사실 교원평가 논의의 열쇠를 쥔 쪽은 학부모였다. 그런데 2%의 냉정함이 부족했다. 학부모들이 보수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냉정하게 잘잘못을 따졌다면 이번 논의는 우리 공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흥미로운 디딤돌이 되었을 것이다. 곽병찬 논설위원 chankb@hani.co.kr |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교장이 될 수 없다 (0) | 2005.12.01 |
---|---|
[스크랩] '21C 세기 여성유망직업 BEST20' (0) | 2005.11.24 |
교사·학생·학부모가 중심이다 (0) | 2005.11.19 |
장학사의 수업평가 강화해야 (0) | 2005.11.19 |
[스크랩] 도올 김용옥 - 교권은 존엄, 평가대상 될 수 없다 (0) | 2005.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