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아내를 무시하진 않았나요 | ||||||||
아내가 툭하면 화를 내니 열받네요 [질문]: 아내는 지금까지 잘 울고, 잘 웃고 감정 폭이 심했습니다. 40대 중반에 들면서, 애들에게 막 신경질나는 대로 퍼붓고 말다툼할 때면 남편인 제게도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습니다. 하루는 보일러실에 잡동사니들이 쌓여 있길래 화재의 염려를 얘기하면서 물건을 다른 곳으로 치우라고 하자 어디로 치우냐고 시비조로 나오며, 이때까지 불이 안 났는데, 왜 치우냐고, 이제부터 자기 뜻대로 할 거라고 말하데요. 결국은 당신이 내게 해준 게 뭔데, 나보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냐는 것입니다. 좋은 말이 오고 갈 리 없었지요. 니 맘대로 살아라 하고 안방으로 들어왔는데 잠이 올리 없지요. 왜 갑자기 저러나 싶기도 하고, 애들은 가끔 엄마 눈치를 슬슬 살피는 것 같은데, 애들한테 물으면 아빠가 문제 있다고 하며 엄마 편을 듭니다. 완전히 왕따당하는 기분입니다. 이것을 어찌 풀 수 있을까요? 퇴근하고 집에 오면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눈만 말똥거리며 쳐다보는데 남편에 대한 존경심이 완전히 해체된 듯합니다. 열이 나서 확 때려부수고 싶은 것을 애들 때문에 참고 있습니다. 홧병이 날 지경인 남편이 자존심 구기며 씁니다.(홧병)
자존심게임 빠지지 말고 [답변]: 남성들은 여성의 히스테릭한 분노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성이 남성을 향해 신경질적으로 소리치면 남성은 그녀가 왜 그러는지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어하지도 않습니다. 그녀를 무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으로 인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진 탓입니다. 어린시절 자신의 어머니가 분노로 격앙돼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치면 아들들은 마음의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자신만의 동굴 속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그것이 어린 아들의 유일한 자기방어수단이니까요. 성인이 되어서도 신경질적인 아내 앞에서는 여전히 두려움에 질린 어린 아들이 됩니다. 아내에게는 ‘그만 닥쳐!’라고 소리지르게 됐다는 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점일까요?
처음엔 힘드시겠지만 아내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들어주셔야 합니다. 억울함과 두려움이 교차하겠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아내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내가 당신에게 어떻게 해주면 좋겠냐?’고요. 그녀가 쉽게 화를 풀지 않을 수도 있고, 또 앞뒤가 전혀 맞지 않게 횡설수설하는 듯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녀의 서툰 말하기에 대해 지적하지 마세요. ‘당신도 나처럼 논리정연하라’고 요구하신다면 그녀는 완전히 말문을 닫아버릴 것입니다. 그녀가 여유를 가지고 생각을 정리하고, 그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묻고 또 이야기를 들어주셔야 합니다. 사실은 아내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자주 자문을 구하시고 공부도 좀 하셔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홧병님이 아내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실 것이고, 무엇보다 님이 가지고 계신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두려움도 많이 해소될 것입니다. 직장에서는 인간관계도 업무능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지요? 집도 마찬가지입니다. 홧병님은 집에서 당신 아내의 동료입니다. 이제까지 님은 얼마나 충실하게 아내의 동료로서 역할을 수행하셨나요? 그녀가 ‘갑자기’ 변했다고 생각하시는 것으로 보아 그동안 아내에 대해 참 무심하셨던 것 같습니다. 사실 아내는 오래 전부터 수없이 당신에게 신호를 보냈겠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그렇듯 바쁘다는 핑계로 그 신호를 무시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그 보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나이든 아내들은 더 이상 참지 않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아내가 분노한다는 것은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내가 냉정해져서 어떤 싸움도 걸지 않는다면 오히려 너무 늦은 것이지요. 기왕에 문제를 풀기로 작정하셨다면 부디 자존심게임에 말려들지 마시고, 인내심을 가지고 성공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시기 바랍니다. 문제의 모든 원인들이 확연히 드러날 때, 그때 자존심을 세우셔도 충분하니까요. 박미라/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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