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간에도 사적인 영역 배려해야 | ||||||||
남편 몰래 딴사람 사랑해요, 머릿속에서만 [질문] : 저는 항상 누군가가 마음 속에 있습니다. 결혼은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이 닿는 사람을 발견하면 어쩔 수 없이 마음이 온통 그곳으로 가버립니다. 옆의 남편은 눈치채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평소보다 더 활기차게 행동하는 나날이 길어지면 딱 그 시기죠. 더 웃기는 노릇은 대체로 짝사랑이라는 거죠. 요즈음 또 이 병이 도졌습니다. 그 사람이 절 좋아해주는 것보다 제가 누군가를 좋아해 에너지가 넘치게 된 것이 더 행복한 것 같아요. 제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거죠? 덧붙여, 저는 남편을 좋아하고 존중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남편에게 이 문제를 얘기한 적은 없구 앞으로도 할 생각은 없어요.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이기에 죄책감은 없고 이혼 같은 것도 생각한 적 없지요. 그저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W) 남편은 신혼 초에도 채팅 사이트를 드나들고 낯선 여자들의 사진을 다운받곤 했습니다. 그의 일기장에서 그가 찾은 사창가 여자들 수가 세 자리 단위라는 것을 알고는 많이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남편이 인터넷으로 야한 동영상을 다운받은 흔적을 발견합니다. 청소년의 호기심도 아니고 이제 삼십대 중반, 수차례 대화하며 내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해결하는 당신이 싫다, 야동을 보려면 같이 보자고도 해보았으나 그건 싫다네요. 그저 다신 안그러겠다는 말뿐. 대체 남편의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요. 겉으로 보기엔 안정되고 사이좋은 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남편에 대한 저의 신뢰는 예전 같지 않고 남편도 제 눈치를 봅니다. 아이 때문에 서둘러 남편을 이해하고 용서하려 노력하지만 몇 달째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반쪽보기)
[답변] : ‘사랑 대특집’ 이후 인터넷 사이트에 사랑 관련 질문이 폭주해 올해 마지막 원고로 사랑 얘기 한 번 더 다루려 합니다. 이번에는 두 질문을 나란히 놓아 보았습니다. 남성과 여성이 사랑의 이름으로 어떻게 서로 소통하거나 공유할 수 없는 저마다의 판타지를 간직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성장하면서 우리는 저마다 사랑에 대한 개념이나 환상을 갖게 됩니다. 사랑에 대한 호기심이 극대화되는 사춘기 무렵, 사랑을 인식하는 두 성의 방식이 확연히 갈라집니다. 여학생들은 사랑의 이름으로 ‘하이틴 로맨스’류의 소설을 읽고, 남학생들은 포르노 잡지나 비디오 테이프를 봅니다. 그렇게 경험되고 인식된 사랑의 개념은 현실과 조응하여 현실의 사랑을 성취하는 기능을 하지만, 현실과 별개로 내면에 환상의 영역으로 자리잡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포르노 잡지를 보던 소년은 포르노 사이트를 뒤적이는 ‘남편’이 되고, 로맨스 소설을 읽던 소녀는 멜로 드라마를 보는 ‘아내’가 됩니다. 그때 포르노그래피나 멜로 드라마는 사랑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면서 그 욕망을 조절하고 보살피는 수단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더 좋은 방법은 그 판타지를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현실의 파트너와 나누는 일입니다. 반쪽보기님이 남편에게 제안하신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판타지의 영역이 정신의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도록 형성되어 있고, 환상의 영역이 더 긴밀하게 필요한 사람이 있습니다. 거칠게나마 이유를 말씀드리면 각 개인의 내면에 자리잡은 판타지의 크기는 유아기 때 정서적으로 잘 보살핌받지 못한 정도와 비례한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W님, 지금 잘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결혼과 동시에 연애 감정은 끝인가요?”라고 제목을 다셨는데, 물론 아닙니다. 내면에서 솟구치는 에로스의 열정은 생의 에너지와 동일한 것이어서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지속됩니다. 다만 판타지 영역을 잘 관리하셔서 반쪽보기님이 느끼는 것과 같은 고통을 남편에게 안기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김형경/소설가 『상담이 필요하신분은 <인터넷한겨레> 행복한마을의 오른쪽 하단 ‘형경과 미라에게’ 게시판을 클릭한 뒤 상담글(http://happyvil.hani.co.kr)을 써주십시오. 소설가 김형경씨와 페미니스트저널 <이프> 편집위원 박미라씨가 수요일자 신문 지면으로 번갈아 답변을 드립니다. 비공개 상담요청이 폭주해 당분간 신문지면 공개 상담을 원칙으로 하며 비공개 상담은 원칙적으로 받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넓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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