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스크랩] 사학법-권리 대신 교육을 말하자!

한길 2005. 12. 14. 22:44
사학법, 권리 대신 교육을 말하자
기고
▲ 김태경 경인여대 교수협의회 의장 환경교육철학
6년여의 산고 끝에 사립학교법(사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 법은 일방의 승리와 일방의 패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사학법 개정안은 승패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패배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비리재단이라고 부를 만한 재단은 전국에 2.6%(임시이사 파견 대학 기준)뿐인데, 이들 빈대를 잡으려다 사학의 기본권이 완전히 박탈되었고, 그 결과 사학 육성의 의지를 잃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사학 기본권이란 사실 ‘출연한 재산의 사회적 활용권’에 가깝다.

이들은 또 하버드 같은 세계적 사립대학들도 법으로 통제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하버드는 법 이전에 이미 교수, 동문들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되어 있을 뿐 아니라 학문과 교육, 그리고 봉사라는 대학의 본질적 기능에 반하는 그 어떤 것도 들어설 자리가 없는 수준 높은 대학 운영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현실에서 사학법은 권리의 상실이 아니라, 하버드 같은 사학을 육성해서 육영재단의 사회적 권리를 제대로 누리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승리로 생각하는 이들도 사학법 개정을 ‘권리의 쟁취’로 판단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이들이 사학법 개정을 주장한 이유의 상당부분은 학교 구성원들의 권리 보장이었지, 교육 그 자체가 아니었음을 상기해야 한다.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이긴 하지만, 많은 투쟁사례들을 보면 권리 찾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

가령 전교조 등이 초심을 잃고 관료주의화했다는 비판이 있었고, 실제로 부정적 사례도 있었지만, 우리는 그들을 사학운영 부정만큼 강하게 비판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내용상 부정적인 부분이 많이 희석된 측면도 없지 않다. 교육은 사람의 문제일진대, 교원들이 사교육을 핑계로 긴장이 많이 풀린 것도 사실이고, 학부모단체가 교원평가를 들고 나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승리는 권리 찾기의 승리가 될 수 없고, 교육의 승리로 말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가 급변하고 있지만, 학교(특히 대학)는 가장 변하지 않는 곳으로 지탄받아 왔다. 사립학교가 변하지 않은 데는 사립학교법으로 보호(?)되어 온 재단이사회의 철옹성 같은 운영구조가 있었다. 이사장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전횡과 독선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구조이며, 지금껏 그 어떤 사학도 예전 사학법이 주는 ‘육영의 명예’와 ‘사유권의 사회적 향유’의 아늑함을 누릴지언정 그곳에서 비리의 독침이 자라 교육을 망치고 있음을 직시하지 않았다.

반대로, 사학의 건학이념은 구성원 모두에 의해 존중되고 지켜져야 하며, 이에 근거한 적극적인 협력이 사학다운 교육이 사는 길이다. 우리 학교사회가 구성원의 권리 문제에만 매달린다면 개정된 사학법도 사학 발전의 추동력에 발목을 잡는 권리투쟁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설립 주체들이 ‘사유권 행사’의 관행을 못 잊고 학교 폐쇄를 생각한다든지, 건학이념을 학교 포장용으로 사용하고, 이사회를 밀실로 이끌거나 개방형 이사를 개밥의 도토리로 취급한다면 사학 발전을 위한 어떤 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제 사학법을 통하여 서로가 변해야 한다. 개정된 사학법은 승자의 권리쟁취도 아니요, 패자의 권리상실도 아님을 깨닫는 것은 시대의 요구이며, 개방형 이사제는 권리 찾기를 위한 투쟁의 장이 아닌 교육 찾기의 협의체일 뿐임을 모두가 인정해야 한다.

출처 : 노고 - 지리님의 플래닛입니다.
글쓴이 : 노고지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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